온전히 수용받는 경험을

모두에게 전할 수 있도록

블루시그넘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컨텐츠 디렉터를 맡고 있는 케이시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컨텐츠의 방향이 항상 블루시그넘의 미션과 일치되도록, 그리고 컨텐츠의 퀄리티가 높게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일이에요.

이를 위해 모든 컨텐츠가 탄탄한 심리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도록 기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블루시그넘과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상담이라는 좋은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블루시그넘을 알게 됐어요. 상담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컨텐츠를 앱으로 풀어내는 게 흥미로워서 파트타임으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컨텐츠 기획 일이 너무 재밌더라구요. 그렇게 저도 모르게 푹 빠져버려서 정규직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커리어가 상당히 독특하신 편이에요. 우선 심리학 석사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상담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건 단순히 제가 상담을 받았던 경험이 너무 좋아서였어요. 제가 내면이 좀 어두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만났던 상담선생님께서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저를 판단하지 않으시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셨거든요. 그 과정에서 언제나 제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정말 많은 것이 바뀐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줘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상담자로서 내담자를 만나면서 느끼신게 있을까요?

상담 실습을 교내 기숙사 상담센터 그리고 소년원, 두 군데에서 했어요. 처음엔 두 집단이 꽤 다를 거라고 상상하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내담자를 만나다 보니 누구나 그냥 자기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구나, 를 느꼈고 그게 결국 상담의 본질이더라고요. 사실 제가 한건 50분동안 온전히 집중해 들어준 것밖에 없는데도 내담자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봤거든요. 역시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상담을 하면서 제 내면이 더 단단해지기도 한 것 같아요. 내담자를 위해 고민하던 시간이 결국 저에게도 도움이 된 거죠. 예를 들자면 내담자를 보면서 ‘세상의 기준에 상관 없이 정말 원하는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점점 저 스스로에게도 비슷한 말을 해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공허하거나 우울할 때가 있지만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석사 졸업 후에는 커리어 고민이 많으셨다고요.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 후 자퇴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석사과정 때 코로나의 여파로 내담자를 만나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우울한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데도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에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가만히 앉아 내담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죠. 세상에 나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먼저 찾아나서고 싶었어요.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개발자 친구와 상담 센터를 홍보하는 챗봇을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그 때 기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도 매력을 느꼈고요. 그러면서 상담사나 연구직 외의 진로에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면접교섭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법원의 역할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때 법조인이 되면 변호나 입법 활동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로스쿨에 입학하게 됐어요.


그런데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부터 블루시그넘을 만나고 컨텐츠 기획에 깊숙히 참여하게 되면서, 이 길이 제 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떻게 보면 변호사도 상담사도 저에게 찾아와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인데, 컨텐츠 기획자라면 제가 사람들이 필요로 할 것 같은 컨텐츠를 먼저 세상에 내놓는 일이니까 훨씬 능동적이라고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제 경우에는 공부를 이어가는 게 오히려 더 멀리 돌아가는 길이 되겠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결정을 내렸죠.

무디와 하루콩은 상담이론의 관점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울, 불안, 분노 같은 감정들은 사실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지고, 맛있는 걸 먹으면 좀 괜찮아지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 감정을 다시는 느끼지 않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정서조절능력을 키워서 언제든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와도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일단 정서 인식부터 시작해야 하는데요. 하루콩은 매일 감정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정서 인식에 도움이 되는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했어요. 무디는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서 퀘스트, 스토리, 트레이닝 같은 여러 컨텐츠를 통해 자기자비를 높이거나 인지왜곡을 줄여주는 등 정서 조절을 더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서비스고요.

그래서 앞으로 무디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중요하고 또 무궁무진하다고 느꼈어요.

블루시그넘 안에서 가장 능동적인 팀원 중 하나로 꼽힌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렇게 일할 수 있는 팁이 있나요?

저는 사실 누가 시키는 일을 하는 걸 되게 싫어해요.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삶을 오래 살았다 보니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거든요.

근데 재밌는 사실을 발견한 게, 일이 주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리 뭐가 필요할지 고민해 해놓으면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 된다는 거예요.

그럴 때 훨씬 재밌게 일하게 되고요. 그래서 스스로의 능률을 위해서라도 미리 필요한 일을 찾아 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팀에도 좋고 저도 즐거우니까요.

블루시그넘 문화의 특징은 무엇인 것 같나요?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나요?

저는 이제까지 이렇게 저랑 잘 맞는 조직이 처음인데요. 블루시그넘은 좋은 의미로 남의 일에 큰 관심이 없어요.

다른 팀원들은 다 충분히 잘 하고 있을테니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이 일을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직생활에서 생기곤 하는 인간관계 스트레스 같은 것도 없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느껴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좋았던 기억으로는… 제 입사 축하 파티와 생일 파티가 기억에 남아요. 살면서 환영받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관심을 받으면 괜히 머쓱하고 그래요. 그래서 형식적인 축하나 인사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근데 블루시그넘에서 입사와 생일을 축하받았던 때 진심으로 환영받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치유되는 기분이었어요. 저에게는 되게 따뜻한 기억이네요.

어떤 사람이 블루시그넘에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일단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분이 잘 맞으실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일이 가치있다고 느껴질 때 더 잘하고 싶고 이것저것 더 노력하고 싶어지거든요. 블루시그넘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그 의미가 중요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까 다들 의욕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본인의 영역을 존중받으면서 일하고 싶으신 분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적이 있는 분들이 오시면 정말 재밌게 다니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루시그넘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실까요?

당장은 무디가 마음이 힘들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더 크게는 블루시그넘을 통해 온전히 수용받는 경험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제 꿈이 된 것 같아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블루시그넘이 미국으로 이사를 가서 더 넓은 세계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새로운 도전은 늘 즐겁거든요. 그러려면 저부터 열심히 해야겠죠.

케이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저는 평생 저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인생의 상당 부분을 일을 하면서 살테니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너무 중요하거든요.

커리어의 정점을 찍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그런 건 오히려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늘 재미있게 일하면서 살아가는 게 제 꿈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