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언어로

진심을 소통하는 일

블루시그넘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블루시그넘에서 Writer 역할을 맡고 있는 모니카입니다. ‘UX Writer’도 아니고 ‘Content Editor’도 아니고 ‘Writer’라니, 조금 생소하실 텐데요. 회사 또는 프로덕트에서 외부로 표현하는 대부분의 글을 담당한다고 보시면 돼요. 블루시그넘에서는 Lime AI•하루콩의 UX writing 일부와 무디 아티클 콘텐츠, 블루시그넘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있어요.

블루시그넘에 입사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들려주세요!

몇 년 전, 불안장애를 겪으면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삶의 방향을 재정의하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세상을 건강하게”라는 제 인생의 미션을 다시 세웠어요. 그 미션을 이룰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 다른 사람의 정신건강 관리를 돕는 건 저 혼자서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던 중에 블루시그넘의 존재를 알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가장 큰 입사 계기는 블루시그넘 미션에 대한 공감이에요. 저는 회사를 선택할 때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미션에 제가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요. 특히, 규모가 작은 조직일수록 해결하고자 하는 뾰족한 문제와 그에 대한 열정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비비, 헤일리와 커피챗을 하면서 미션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제가 미션에 공감하는 점도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합류할 수 있었어요.


채용 과정에서 과제 전형을 진행했는데 주말 내내 준비하는 시간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결과중심적인 제가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정말 오랜만이라서 제가 이 팀에 도움이 되고, 이 팀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문학이 아니라 체육학을 전공하셨다고요?

네, 저는 농구 덕분에 대학에 갔어요.(웃음) 초등학생 때부터 월드컵, 올림픽, 유럽축구, 국내 프로스포츠 다 챙겨봤고요. 그중 좋아하던 농구선수가 연세대 농구부 출신이어서 그 선수의 후배가 되고 싶었어요. 입시 때 농구 실기 시험을 봤고, 입학한 후에는 교내 최초 여자농구 동아리도 만들었죠. 그때 코치로 도와주셨던 선배님이 제가 좋아하는 농구선수와 절친이셨고, 선수님께 저를 인사시켜주신 덕분에 성덕이 되었어요. 또, 제 농구부 동기가 그분과 함께 국가대표로 발탁됐는데, 선수님과 영상통화도 시켜주고 싸인 저지도 받아주고 그랬답니다!


그 선수님은 구단 역사에 남을 레전드 선수가 되어 2023년에 은퇴하셨는데 그 시즌에 팀이 우승도 하게 돼서 저는 은퇴식도 가고 우승 현장도 지켜봤어요. 경기장에서 거의 8-9년? 진짜 오랜만에 뵙게 되었는데 세상에,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주변 친구들이 다 놀라고 부러워했었어요. 17년 덕질 인생의 끝은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고 무언가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경험은 제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어요.

그럼 인생 최대의 성취는 무엇인가요? 살면서 가장 노력해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대학 졸업 즈음, 책을 출간한 경험이 가장 특별하고 기억에 남아요. 블로그로 인연을 맺은 1인 미디어 대표님께서 제안을 주셔서 운좋게 준비하게 되었어요. “스포츠 창업”을 주제로 한 이 책(나는 스포츠로 창업을 꿈꾼다)은 제가 체육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졸업작품처럼 만들고 싶었던, 제 자식 같은 책이에요.


학부와 집필을 병행하고 출판사 계약하기까지 2년 반의 시간 동안 힘든 적도 많았지만 출간 이후 보람이 훨씬 더 커요. 스포츠 산업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취준생에게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듣거나, 체대에 가고 싶어 하는 고등학생들이 제 책을 읽고 생활기록부 독후감을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여러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원고를 쓰면서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다들 창업의 현실과 고민을 가감없이 말씀하시면서도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일에 진심인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고, 지금까지 스타트업 외길 커리어를 선택한 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인생 책을 추천해주세요.

주로 경제경영 분야나 에세이를 좋아하고요. 인생 책으로는 <지적자본론>을 꼽고 싶어요. 일본에서 유명한 츠타야 서점을 만든 기업 CCC의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이 쓰신 책인데 “모든 기업은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고객의 관점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기획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직접 눈으로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3박 4일 도쿄여행을 가서 츠타야 서점 3곳을 방문했고, 저 혼자만의 비즈니스 트립을 즐겼어요. 그때 느낀 건, 글이라는 게 무작정 잘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어떻게 읽히고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드는지를 고려해야겠다는 거였어요. 일하는 관점을 한층 더 넓혀준 책이라서 관심이 생긴다면 한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Lime AI 라이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현재는 Lime AI를 만드는 연구팀의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어요. 대화를 나누는 LLM의 보이스와 Lime AI 서비스를 만드는 연구팀의 보이스는 구분이 필요하다고 봐요. 마케팅 글쓰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은 사람과 사람이 대면으로 만나서 소개팅을 삼세번 해도 사귈까 말까 하는 시대잖아요. 그러니 IT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다가가서 유저를 설득하는 일은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럴수록 ‘서비스 뒤에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가진 진심이 유저가 가진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하길 바라요.

라이팅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점이 있나요?

조금 반성을 하게 되는데요.(웃음) 사실 글쓰기는 많이 읽고 쓰는 것만이 기본 중의 기본이자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책이나 뉴스레터 등을 보면서 좋은 문장을 수집하려고 하고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나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공통점이 매일 일정한 시간 글쓰기에 투자한다는 것인데, 저도 그런 루틴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다양한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글쓰기는 목적, 기획 의도를 잘 반영하는 게 중요해요. 보도자료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무엇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UX를 설계했는지를 충분히 이해해야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더 깊게 고민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획자, 헤일리와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해요.

어떤 라이터가 되고 싶나요?

무해한 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기업의 존재 이유가 “고객 만족을 통한 이윤 창출”인데, 각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을 바탕으로 앞에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무해한 라이팅으로’ 고객 만족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조직은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고 그런 면에서 ‘돈이 되는 글쓰기’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평균 이상은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프로덕트만 내세우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그 선이 어디까지인가를 알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만, 제 커리어는 그러한 시행착오 자체가 될 거예요.

입사 후에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나요?

2번 참여한 땡땡이의 날이 즐거웠어요. 첫 번째 땡땡이의 날에는 클라이밍을 했는데 처음 해봐서 새롭기도 했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팀원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두 번째 땡땡이의 날에는 미술 원데이 클래스를 했어요. 저는 그림을 못 그린다는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날 선생님이 “일부러 ‘우글우글하게’ 그려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선을 하나씩 삐뚤빼뚤 그려보는데, 왠지 모를 해방감이 들면서 무엇이든 항상 정석대로, 반듯한 길을 가야 할 것 같았던 제 강박을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렇게 블루시그넘을 통해 저도 제 스스로를 더 알아가게 되고, 업무와 일상 모든 면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블루시그넘의 문화를 한 단어로 소개해주세요. 

알잘딱깔센! 보통은 시니어가 애매모호한 업무를 지시할 때 주니어가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이렇게 말하잖아요. 그런데, 블루시그넘은 모두가 알잘딱깔센을 잘하는 것 같아요. 기획 의도나 배경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나머지는 각자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책임져요. 다들 어디서 ‘자기주도학습’을 배우기라도 한 건지, 능동적으로 일하고 늘 유저 입장을 고려하는 모습이 놀랍고 멋있어요. 이런 문화가 가능한 이유도 역시 미션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그게 특별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블루시그넘만의 특별함이자 경쟁력이겠죠.

어떤 사람이 블루시그넘과 잘 어울릴까요?

사람들이 더 나은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사람! 블루시그넘의 미션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재택근무를 활용해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의 일을 주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분이라면 재밌고 편하게 일하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