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의 비결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안우영 교수입니다. 중독, 의사결정, 그리고 심리적 편향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고, 가끔은 블루시그넘 같은 훌륭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실제 세상에 적용 가능한 심리학적 기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블루시그넘과 초기부터 함께해오셨어요. 어쩌다 이 인연이 시작되었나요?
처음에 윤정현 대표(헤일리)가 자문 및 협력을 요청하러 제 연구실로 찾아오셨는데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하는 윤정현 대표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블루시그넘을 만나본 분들이 다들 이 얘기를 하실 것 같은데, 윤정현 대표는 정말 진심으로 이 문제를 풀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이 느껴지거든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버드에서 응용물리학 석사까지 하셨다가 갑자기 임상심리학으로 다시 대학원을 가셨어요. 특별한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방향을 바꾸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던 것 같아요. 쭉 이과생으로 살아오면서 그쪽을 공부해왔는데, 군대시절과 학부 4학년을 거치면서 가치관이 달라진 계기가 있었어요. 그 이후로는 막상 제가 평소에 걸어다니면서 혼자 고민하는 것들은 전공 생각이 아니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이나 종교, 철학, 왜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같은 것들이 계속 궁금하고 눈길이 갔어요. 일을 잘 하려면 좋아하는 걸 해야 할 것 같아서 관련된 분들도 많이 만나보고 책도 읽으면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노선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미국에서 응용물리학 석박사과정을 밟다가 석사만 받고 관두고 서울대에서 임상심리학 석사를 하게 됐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과감하고 무모한 결정이었죠.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이후로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심리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제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느껴요. 이건 블루시그넘과 함께하면서도 느끼는 건데, 제가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느껴야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다양한 개념을 공부하고 심리를 좀 더 이해하게 되면서 저 스스로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 것도 많았어요. 물론 아직도 제 자신을 100% 이해하게 된 것 같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 데 심리학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느낀 점은, 사람마다 자신이 가진 편향을 아는 게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의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어떤 사람이 불안이 높은 편인 걸 스스로 알고 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혹시 내 불안 때문에 더 크게 부풀리고 있는 건 아닌가?’ 라고 생각해 수 있겠죠. 혹은 자신이 충동적인 경향이 있다면 어떤 것에 싫증을 느낄 때 나중에 후회하진 않을지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볼 수도 있고요. 내가 가진 편향을 안다면 그거에 맞춰 보정할 수 있을 거예요.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서울대 수업에서 종종 얘기하는 게 두 가지 정도 있는데, 첫 번째는 부모님에 대해 더 알아가는 거예요. 내 가치관 중에서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게 생각보다 많거든요. 부모님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 나면 내가 자라면서 봐온 부모님의 행동이나 말, 그리고 그것에 내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두 번째는 연애예요. 연애를 하다 보면 다른 때는 느낄 일 없었던 큰 감정들까지 느끼게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이랑 잘 맞는지 알아가면서 나에 대해 깨닫게 되는 게 많거든요. 직장이나 다른 환경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날 것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교수님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고요. 사실 저도 정답을 알 것만 같은 분들을 만나면 꼭 여쭤보는 질문인데, 제가 여러 분에게 이 질문을 드리면서 느낀 점은, 답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어쩌면 정답이 없다는 거겠죠? 쉽진 않지만, 각자 자기만의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스스로 무엇이 가치있는 삶일지 자주 고찰하는 편이에요.
제가 깨달은 점 하나는 제가 아끼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저도 행복하게 해준다는 거예요. 최근에 아들이랑 열흘간 테니스 오픈을 보러 호주에 다녀왔어요. 둘 다 테니스를 좋아해서 일주일 내내 거의 테니스장에서 살았는데 함께 경기를 보면서 아들도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뿌듯하고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있는 삶의 순간을 많이 만들면서 살아가고 싶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행복한 순간을 만들면서 내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 어떤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것도 오래 고민했던 주제인데,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사랑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잖아요. 다른 사람들만 봐도, 타인인 나에겐 그 사람의 장점이나 재능이 보이는데 본인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기도 하죠. 다들 자기만의 주관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가진 강점을 잘 파악하는 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데 중요한데, 이게 결국 나를 이해하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한순간에 나를 완벽히 파악하게 되는 순간은 오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여전히 저를 알아가는 중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지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내가 매일 나를 궁금해하고 조금씩이라도 더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사는 것과 나보다는 외부적인 목표에만 집중하며 사는 것, 이 두 가지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드러날 거예요. 매일 운동하는 사람과 운동하지 않는 사람은 당장 일주일 안에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그게 몇 달, 몇 년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되잖아요.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매일 열심히 나를 연구하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어떤 삶을 꿈꾸시나요?
저는 학교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는 게 지금 제 일이지만, 이렇게 블루시그넘과 협업하는 것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구실 밖에서도 쓰일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어요. 연구실 안에서 접할 수 있는 데이터와 사람들은 한정적이라고 느끼거든요. 실험실에서만 얻는 제한된 데이터를 붙잡고 저희끼리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이런 연구가 세상으로 나갔을 때 어떻게 적용될지 더 궁금한 것 같아요. 그래서 블루시그넘과 함께 일하게 된 거죠.
그리고 연구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아빠가 되고 좋은 지도교수가 되어서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든든한 조력자라고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교수 생활이 많이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취미생활과 여행,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능한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도 관리하고 최대한 즐겁게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