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는 방법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연세봄정신건강의학의원 박종석 원장, 블루시그넘의 대니라고 합니다.
현재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계신데, 어떤 이유로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제가 하루에 9시간을 일해도 진료를 40명도 못 봐요. 30년을 정신과 의사로 일한다고 해도 몇 천명, 몇 만명밖에 치료를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올린 것이 스타트업이었어요.
거리가 멀어서, 가격이 비싸서, 혹은 제가 시간이 부족해서 만나지 못하는 분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처럼 의사로서의 열정과 에너지가 충분할 때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을 많이 해두고 싶었어요. 지금도 유튜브 등 다양한 방면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저와 결이 비슷한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런치 작성과 책 출간 등, 작가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글쓰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브런치에는 제가 직접 겪은 우울증 이야기들까지도 모두 적혀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나를 건강하지 못한 의사라고 생각할까봐 두려움도 있었고, 주변에서도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의대에서 심리를 공부한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메세지를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처음에 말하기 두려웠던 것도 우울증에 대한 선입관 때문일텐데, 정신건강에 대한 대화가 더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집단지성이 넓어지고 우울에 대한 논의가 깊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 솔루션도 양적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테고요.
저에게 글은 일기이자 스스로를 위한 다짐과 반성이기도 해요.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메세지를 전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있고, 새로운 주제를 다룰 때마다 공부하다 보면 발전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보통 주말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쓰거나, 여행 갔을 때 많이 쓰는 편이에요. 명상 같은 활동인 것 같아요.
tvN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자문으로 참여하셨고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자문 요청을 많이 받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블루시그넘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블루시그넘은 신문기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고, 궁금해서 DHP 대표님을 통해 소개를 받았어요. 사실 이전에도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자문 제의를 받아서 20여개 회사의 대표님들과 만나뵈었는데, 그 중 블루시그넘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 환자 입장에서 고민한 컨텐츠를 만든다고 느꼈거든요. 단순히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닌, 실제로 효과적이고 저희 병원에서도 쓰고 싶은 유저 눈높이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또, 우울증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스톡옵션 등 굉장히 좋은 조건을 제시했던 곳들도 있었지만 결국 블루시그넘으로 오게 된 것도 환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 때문이에요. 함께 일하게 된다면 저와 블루시그넘도 하나의 팀이 되는 것인데, 그런 만큼 환자에 대한 진심을 공유하면서 나란히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봤던 것 같습니다.
블루시그넘의 프로덕트를 검토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이 서비스를 제 실제 환자분들에게 처방할 수 있을지, 약물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임신이나 졸리면 안되는 상황 등 약을 먹기 어려운 경우는 다양하게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회복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병 그 자체보다도 건강한 회복에 초점을 맞춰 결국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되면 가장 좋으니까요. 블루시그넘의 프로덕트가 그런 면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렇게 유저를 단순히 치료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꾸준히 키워주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저와 블루시그넘의 방향성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특히 컨텐츠를 보면 단어 하나하나에 따뜻한 공감의 태도가 숨어있는 게 보여서 좋았어요. 블루시그넘의 컨텐츠팀은 이런 말 한 마디, 공감 한 마디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요.
자문 외에도 블루시그넘 팀원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팀의 정신건강을 책임져주고 계세요.
저도 블루시그넘에 일종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잘 하는 팀, 제가 기대하는 것을 실현해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에게 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거죠. 저와 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좋겠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거기에 저만의 방식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블루시그넘과 팀이 되어 일하는 것이 즐겁기도 해요. 병원에서 환자 분들을 만날 때의 저는 혼자 일을 하고,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에 한계를 느끼거든요. 하지만 블루시그넘과 일할 때는 팀워크를 맞춰 함께 결과물을 만들고 기뻐할 수 있어서 마치 스포츠팀에 속한 기분이에요. 제가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그 뒤를 이어줄 팀원들이 있고요. 이렇게 블루시그넘과 만들어낸 것들이 세상에 좋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이 자부심이 가장 큰 보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인 상담 같은 것을 통해 팀원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기여하려 하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현재 우울이나 무기력 등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울증은 정말 감기와 비슷해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그만큼 누구나 완치될 수 있고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우울증은 내가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우울한 자신을 자책하거나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거죠.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다는 뜻이니까요. 고생한 자신을 안아주고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